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체코를 상대로 16년 만의 1차전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은 이제 더 큰 산을 마주하게 됐다. 바로 공동 개최국이자 A조 강자인 멕시코다. 6월 19일 금요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는 단순한 조별리그 2차전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개최국과 맞붙는 경기이자, 두 팀 모두 1차전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한 상태로 맞붙는 사실상의 조 1위 결정전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다. 체코전에서 보여준 저력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상대는 홈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은 개최국이기 때문이다. 직접 경기 데이터와 양 팀 전력을 분석하면서 그리고 체코전을 지켜본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멕시코를 잡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5가지 핵심 전략을 정리해 봤다.
고지대 적응과 체력 관리
가장 먼저 짚고 싶은 건 바로 고지대라는 변수다. 과달라하라 경기장은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해발 1500m의 과달라하라에서 펼쳐지는 멕시코 응원단의 압도적인 기세, 홈 어드벤티지, 고산 지대 이점 등까지 고려하면 멕시코가 우위를 점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평소 평지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이 고지대에서 뛰면 산소 부족으로 체력 저하가 빠르게 일어난다. 후반 막판 집중력이 흔들리고 패스 정확도와 스프린트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표팀도 이 부분을 미리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대한민국은 고지대 경기 때 종종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 일찌감치 1,3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인 유타주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내가 체코전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양 팀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체코는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얼마 안 돼서 발이 멈추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 역시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후반 교체 타이밍과 체력 분배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결국 90분 내내 똑같은 강도로 뛰는 게 아니라 언제 힘을 아끼고 언제 폭발적으로 쏟아낼지를 가늠하는 영리한 체력 운영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의 틈새 공략
멕시코는 단순히 홈 어드밴티지만 가진 팀이 아니다. 히메네스, 키뇨네스, 로베르토 알바라도의 삼각 편대가 공격을 이끄는 멕시코는 지난 경기 내내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실수를 유도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집요한 모습을 보여줬다. 알바라도와 브리안 구티에레스의 측면 돌파와 크로스가 위협적이며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공수 전환도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측면을 활용한 빠른 공수 전환은 스리백 시스템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 수 있는 전술이기 때문이다. 체코전에서도 한국의 윙백이 공격에 가담하느라 비어버린 뒷공간이 종종 위험하게 노출됐던 장면이 있었는데 멕시코의 측면 듀오를 상대로는 이 빈틈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한국에게 희소식도 있다. 경기 막바지에 주장 세사르 몬테스가 퇴장당하는 바람에 한국과의 2차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멕시코의 수비 조직에 균열이 생겼다.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의 결장은 멕시코로서는 상당한 손실이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다채로운 공격으로 흔들어놓는다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국 멕시코의 측면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약해진 수비 중앙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양면 전략이 필요하다.
벤치 자원의 활용
체코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결국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이었다. 나는 이 부분이 멕시코전에서도 똑같이 중요한 키가 될 거라고 본다.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의 동점골 직후 손흥민과 이태석을 빼고 오현규와 엄지성을 투입했고 교체 카드가 적중했다. 이번 멕시코전에서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한동안 플랜 B로 여겨져 왔던 3-4-3 포메이션을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일단 성공을 거뒀는데 지난해 가을 멕시코와 평가전에서도 가동했던 익숙한 전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장 손흥민이 이끄는 공격진을 황희찬과 이강인이 좌우에서 지원하고 황인범과 백승호가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가운데 듬직한 중앙 수비수 김민재가 수비를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전에서 깨달은 건 한국 대표팀이 이제 더 이상 손흥민 한 명에게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인범의 침투, 오현규의 마무리, 이강인의 키패스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폭발적인 힘을 낸다. 멕시코는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30분 이후 빈틈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신선한 체력의 교체 카드를 투입해 승부를 뒤집는 전략이 반복된다면 또 한 번 드라마를 쓸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장면은 체코전처럼 후반 막판 교체 선수가 결승골을 넣는 그림이다. 그 순간을 또 한 번 지켜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월드컵은 충분히 의미 있는 대회로 남을 것 같다. 이번 멕시코전은 단순한 승점 3점짜리 경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와의 대결 전적이 2전 전패이며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 이후 20년간 유럽 이외 팀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징크스를 동시에 끊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쉽지 않은 싸움이다. 고지대라는 환경적 변수, 홈팬들의 거센 응원, 멕시코 공격진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체코전에서 확인했듯 이번 대표팀은 한 명의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탄탄한 조직력과 교체 카드의 다양성을 갖췄다. 거기에 멕시코 주장의 결장이라는 호재까지 더해진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라고 생각한다. 오전 10시 경기라 여유롭게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출근길에 학생이라면 등교 전에 잠깐이라도 스코어를 확인하며 함께 응원하면 얼마나 또 가슴 두근대는 추억일까.. 대한민국이 또 한 번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을 이번에도 함께 지켜보고 싶다.
대한민국 축구, 이번에도 파이팅이다.